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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식단

🌾 곡물 vs 육류 – 고대인은 어떤 비율로 섭취했을까?

by mylandt 2025. 4. 9.

1. 농경 이전 시대의 생존식단: 육류 중심의 사냥 채집 생활

인류는 약 200만 년 전부터 시작된 구석기 시대를 거치며 긴 시간 동안 사냥과 채집을 통해 식량을 조달했다. 이 시기의 식단은 자연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으며, 현대의 농경 기반 식생활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무엇보다 농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인류는 곡물이나 콩과 식물을 재배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요 영양 공급원은 야생 동물의 고기와 지방이었다. 사슴, 들소, 멧돼지, 토끼, 조류, 물고기 등은 생존을 위한 핵심 자원이었으며, 이들의 근육과 간, 골수, 내장까지 섭취하면서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 A, 철, 아연, 오메가-3 지방산 같은 필수 영양소를 섭취했다.

반면, 탄수화물 섭취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먹을 수 있는 식물 자원이 계절과 지역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주로 야생의 뿌리채소, 열매, 견과류, 버섯 등을 통해 탄수화물을 소량 보충하는 형태였다. 이는 오늘날 유행하는 저탄수 고지방(LCHF) 또는 케토제닉 식단과 유사한 구조로, 인슐린 반응을 낮추고 에너지 대사를 지방 위주로 전환시키는 방식과 자연스럽게 일치한다.

이러한 생존식단은 불규칙한 사냥 성공률을 고려할 때 유연하고 탄력적인 식생활 패턴이었다. 사냥에 실패할 경우, 채집한 식물들이 중요한 식량 대체 수단이 되었고, 이는 곧 고단백 중심이되 다양한 자원을 혼합한 식단으로 이어졌다. 당시에는 불을 사용한 조리법도 단순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고기와 식물은 직화, 훈제, 건조 등 최소한의 가공을 거쳐 섭취되었으며, 이는 영양소 손실을 줄이는 데에도 효과적이었다.

요약하자면, 농경 이전의 고대인은 육류 중심의 고단백 식사에 익숙했고, 이는 진화 생물학적 관점에서 인류의 뇌 발달과 신체 구조 형성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오늘날 식단 구성에 있어 원시적 모델로서 재조명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구석기 인류의 생존 방식은 단순히 원시적이었다기보다, 환경에 철저히 적응한 고도의 생태적 전략이었던 셈이다.

 

2. 신석기 혁명 이후: 곡물의 등장과 식단의 전환점

약 1만 년 전 시작된 신석기 혁명은 인류 식생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꾼 역사적 사건이었다. 인류는 유목과 채집, 사냥에 의존하던 생활방식에서 벗어나 정착과 농경을 기반으로 한 문명화된 삶을 영위하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밀, 보리, 기장, 쌀, 옥수수 등 다양한 곡물이 주요 식량 자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곡물은 높은 에너지 밀도, 비교적 간단한 재배 방법, 그리고 장기 저장 가능성이라는 이점을 통해 인구 증가와 대규모 정착촌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곡물 중심 식단은 영양 구성 면에서 균형의 문제를 초래하기도 했다. 곡물은 주로 탄수화물로 구성되어 있어 에너지 공급에는 유리했지만, 단백질의 질과 양, 비타민 B12, 철, 아연, 칼슘 등의 필수 미량 영양소가 부족했다. 이에 따라 곡물만으로는 완전한 영양을 충족하기 어렵게 되었고, 사람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콩류, 견과류, 유제품, 소량의 육류나 생선을 함께 섭취하는 전략을 발전시켰다.

고대 문명에서 곡물과 육류의 식단 구성 비율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6:4에서 7:3 정도로 곡물이 우세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고대 이집트인들은 빵과 맥주를 일상식으로 소비했으며,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는 보리로 만든 죽이나 납작빵이 주식이었다. 황하 유역의 중국 초기 농경민들도 기장과 조 같은 잡곡을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했다. 이들 지역 모두 공통적으로 곡물을 기반으로 하되, 계절적으로 혹은 의례적으로 고기를 섭취하는 방식으로 식생활이 발전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기의 곡물 중심 식단이 현대인의 고탄수화물 식단과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특히 곡물을 갈아 만든 빵, 국수, 죽은 소화가 쉽고 조리가 간편하다는 장점으로 인해 널리 퍼졌으며, 이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더욱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 식단 구조는 일부 지역에서 빈혈, 치아 마모, 성장 지연 같은 영양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결국 신석기 이후 식단의 진화는 곡물이라는 획기적인 식량 자원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영양 균형을 맞추기 위한 다양한 문화적, 기술적 노력이 병행되었음을 보여준다.

 

 

곡물 vs 육류 – 고대인은 어떤 비율로 섭취했을까?

 

 

3. 콩과 견과: 식물성 단백질의 확장과 육류 대체

곡물이 식단의 주축으로 자리잡은 이후, 고대인들은 점차 단백질 결핍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콩과 식물과 견과류는 단순한 부재료를 넘어, 육류를 전략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핵심 자원으로 떠올랐다. 고대 중국 황하 문명에서는 이미 기원전 2천 년 무렵부터 콩을 조직적으로 재배했으며, 이를 두유, 두부, 장류(된장, 간장 등)로 가공해 단백질 섭취율을 높이고 소화 부담을 줄이는 방식을 개발했다. 이러한 발효 기술은 단백질의 생체 이용률을 극대화하면서도 저장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고대 인도와 중동, 그리스 지역 역시 식물성 단백질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병아리콩, 렌틸콩, 완두콩 등은 풍부한 식이섬유와 함께 단백질, 철분, 엽산 등을 공급하는 중요한 식재료로 여겨졌고, 이는 아유르베다나 지중해식 식단 등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아몬드, 호두, 참깨, 피스타치오 등의 견과류는 고열량과 항산화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장거리 여행, 전쟁, 무역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귀중한 영양원으로 사용되었다. 이들은 소금에 절이거나 꿀에 절여 저장하는 방법으로 장기 보관이 가능해, 당시 사람들에게 매우 실용적인 식품이었다.

물론, 식물성 단백질은 육류에 비해 필수 아미노산의 균형이 다소 부족하거나 흡수율이 낮은 한계가 있었지만, 곡물과 조합하여 먹으면 이러한 약점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었다. 고대인들은 이러한 사실을 실험적 경험을 통해 인식하고 있었으며, 콩과 곡물의 혼합식, 견과류와 꿀의 배합 등을 통해 식단의 영양학적 균형을 맞추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체득해갔다.

오늘날 ‘플랜트 베이스드 다이어트(Plant-based diet)’나 ‘비건(Vegan)’ 식단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인류가 선택해온 식생활의 진화적 결과라 할 수 있다. 고대인의 식물성 단백질 전략은 현대 영양학적 관점에서 볼 때도 환경적, 건강적 측면 모두에서 지속 가능한 선택지임을 시사한다.

 

4. 벌레와 해양자원: 보이지 않는 단백질 공급원

육상 동물과 식물 외에도, 고대인들은 곤충과 해양 생물에서 중요한 단백질 자원을 얻었다. 특히 식용 곤충은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소비되었으며, 오늘날에도 90여 개국에서 약 2천 종의 곤충이 식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고대 마야, 아즈텍, 아프리카 유목민 등은 메뚜기, 유충, 개미 등을 단백질 보충용으로 섭취했고, 이는 빠른 성장 속도와 계절적 접근성 덕분에 활용도가 높았다.

반면 해양 자원은 연안 지역 문명에서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다. 일본, 페니키아, 지중해 연안의 고대 문명은 어류, 조개류, 해조류를 식단에 포함시켰으며, 이는 오메가-3 지방산, 철분, 아연 등 필수 영양소의 훌륭한 원천이었다. 해산물은 내륙에서 접근이 어려웠지만, 염장과 건조 등 가공 기술을 통해 장거리 유통도 가능해졌다.

곤충과 해양 생물은 흔히 잊히는 단백질 공급원이지만, 실제로는 고대 식단에서 곡물과 육류 이외의 세 번째 축을 형성한 중요한 존재였다.

 

5. 고대인의 식단 비율과 현대의 건강 시사점

고대인의 식단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곡물과 육류의 비율이 다양하게 구성되었다. 대체로 농경 이전에는 육류가 우세했지만, 농경이 정착된 이후에는 곡물이 중심이 되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콩류, 견과류, 곤충, 해양 자원 등이 추가되었다. 전체적인 평균으로 보면 곡물 60~70%, 육류 20~30% 나머지 기타 자원이 10~15%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인의 식단은 가공식품과 포화지방, 과도한 육류 섭취로 인해 비만, 심혈관 질환, 당뇨 등의 질병이 급증하고 있다. 반면 고대 식단은 자연 상태의 재료로 구성되어 있고, 식품군이 다양하며, 식사 사이에 자연스러운 공복과 활동량이 존재했다. 따라서 고대 식단을 참조한 현대 식생활 전략, 예를 들어 팔레오 다이어트, 지중해 식단, 플렉시테리언 식단 등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곡물과 육류의 균형, 그리고 다양한 단백질 자원의 통합적 활용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습관의 핵심이며, 고대인의 식생활은 오늘날의 영양학과 식품 정책에 실질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