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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식단

🏺 고대 중국의 황하 문명과 발효식품 문화

by mylandt 2025. 4. 8.

1. 황하 문명의 기후와 식생활 기반

황하 문명은 기원전 약 5,000년 전부터 발전하기 시작한 중국 최초의 문명 중 하나로, 오늘날의 허난성과 산시성 일대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이 지역은 중국 북부 내륙의 건조한 대륙성 기후와 황토가 풍부한 토양, 그리고 계절별로 차별화된 강수량 덕분에 곡물 재배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특히 기장(조), 수수, 밀과 같은 내건성 곡물이 주 식량원이었으며, 점차적으로 콩류와 채소류가 보급되면서 식단의 폭이 넓어졌다.

이와 같은 기후 조건과 지리적 요인은 황하 문명 초기부터 식재료의 장기 보관을 위한 발효법의 발전을 촉진했다. 발효는 단순한 저장 기술을 넘어 미생물을 활용한 영양 가치의 상승과 독성 제거, 소화력 향상이라는 장점도 함께 제공하며 식문화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기온의 일교차가 큰 북방 지역은 계절 발효와 숙성에 이상적이었고, 이는 곡물, 콩, 채소, 심지어 고기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발효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고대 중국의 황하 문명과 발효식품 문화

 

2. 장(醬) 문화의 탄생 – 고대 중국의 발효 핵심

고대 황하 문명은 단순한 농경과 곡물 소비를 넘어, 발효 기술이라는 고차원적인 식문화의 기틀을 세운 문명 중 하나다. 그 중심에는 바로 ‘장(醬)’ 문화, 즉 발효 콩 소스와 된장의 원형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한 조리법이 아닌, 자연과 생물학, 영양과 문화가 결합된 다층적 식문화 시스템으로 평가된다. 황하 문명 중기, 특히 기원전 2000년경, 이미 발효 장류가 식단의 중요한 일부로 사용되었다는 고고학적 흔적이 발견되며, 이는 서주(西周) 시대와 춘추전국 시대를 거치면서 더욱 다양하고 정교한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이 장류는 콩, 보리, 밀 등의 곡물을 주재료로 하여 자연에서 유래한 미생물의 힘을 이용해 서서히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제조되었다. 주목할 점은 오늘날에도 전통 장류 제조에 핵심 역할을 하는 곰팡이균, Aspergillus oryzae(된장균), Bacillus subtilis(청국장균), 그리고 젖산균(Lactobacillus spp.) 등이 이미 황하 문명 당시 황토, 짚, 곡물 껍질 등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배양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여 글루탐산(glutamic acid) 같은 감칠맛(umami) 성분을 생성했고, 이는 맛뿐만 아니라 단백질 섭취가 제한된 곡물 기반 식단에서 중요한 영양 공급원으로 작용했다.

장(醬)의 기능은 단순히 양념이나 음식 보존을 넘어서 식단의 핵심 단백질원으로 자리매김했다. 황하 지역은 내륙 건조기후와 사육 기반이 부족했기 때문에 육류 섭취가 제한적이었고, 따라서 식물성 단백질의 확보가 필수적이었다. 이때 장은 곡물과 함께 섭취함으로써 아미노산 조합을 보완해, 식물성 완전 단백질 조합을 이뤄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콩 단백질이 장내 미생물과 상호작용하면서 소화 효율을 높이고 장내 유익균을 증식시키는 데 기여한 점은 현대 영양학적 관점에서도 매우 가치 있는 식문화적 진화로 평가된다.

더불어 장은 식문화뿐 아니라 의례적·의학적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고대 중국에서는 장이 제례 음식의 필수 요소로 사용되었으며, 음식과 신(神)을 매개하는 신성한 매체로 인식되기도 했다. 또한 ‘약식동원(藥食同源)’ 사상의 기틀이 잡히기 시작한 시기로, 장이 위장을 따뜻하게 하고 소화 기능을 돕는 약용 성질을 지닌다고 여겨져 의약서에 언급되기도 했다. 황하 문명 후기에는 장과 관련된 제조, 숙성, 저장 기술이 지역별로 전문화되며, 이는 이후 한족 문화권 전역에 영향을 미쳐 동아시아 전체에 발효식품 문화가 전파되는 기반이 된다.

결국 황하 문명의 장 문화는 단순한 저장 기술이나 조미료의 범주를 넘어, 기후와 영양의 한계를 극복한 지혜의 결정체로 볼 수 있다. 이는 고대 중국인의 생존 전략이자 문화적 아이덴티티, 나아가 오늘날에도 된장, 간장, 청국장, 장류 발효음료 등으로 계승되며 현대 식품과 의학 분야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고대 장 문화의 복원과 현대적 활용은 발효 건강식의 세계적 트렌드와도 맞물려, 지금도 지속 가능성과 전통 식문화의 미래적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3. 곡물 발효와 초기 주류 문화의 등장

황하 문명은 고대 중국의 주(酒) 문화, 즉 술 제조 기술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이미 기원전 7,000년경 허난성 자후(贾湖) 유적에서는 쌀, 꿀, 과일, 약초 등을 발효시킨 복합 발효주의 흔적이 확인되었다. 특히 곡물 발효를 위한 누룩(곡물에 미생물을 배양시킨 발효제) 기술은 황하 문명에서 체계적으로 발전하여 오늘날의 전통주 제조 방식의 기원이 되었다.

이 술은 단순한 취미용 음료가 아니라 의례적, 약용, 사교적 기능을 함께 갖고 있었다. 특히 조상 제례나 권위 상징으로 사용되던 고급 발효주는 사회 계층에 따라 소비 수준이 나뉘며 식문화 계층화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했다. 황하 문명의 술 문화는 발효기술을 다양하게 실험하는 장이었고, 발효 효모, 온도, 시간 조절 등의 기술은 점점 정밀화되었다.

또한 술 제조에는 주로 기장, 수수, 밀 같은 지역 작물이 사용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곡물의 효소 분해를 통한 영양소 추출과 발효 미생물의 생리활성물질 생성이 함께 이뤄졌다. 이는 오늘날 주류 발효 연구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부분으로, 고대 중국인들이 영양적 가치와 저장성, 향미를 동시에 추구했음을 보여준다.

 

 

4. 황하 문명 발효식의 현대 영양학적 가치

현대 영양학의 관점에서 황하 문명 발효식품은 건강한 장내환경 형성, 면역력 증진, 영양소 흡수율 개선 등 다방면에서 높은 가치를 가진다. 특히 콩을 기반으로 한 장류는 식물성 단백질 보완, 이소플라본(식물성 에스트로겐),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여 심혈관 질환, 골다공증, 갱년기 증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프로바이오틱스와 효소는 소화를 도와 위장 건강을 향상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발효된 곡물 기반 식품은 정제되지 않은 탄수화물과 함께 장내 미생물 다양성 증가에 기여하며, 최근 주목받는 ‘장-뇌 축(gut-brain axis)’ 개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황하 문명 당시에는 과학적 근거 없이도 경험적으로 이러한 효용을 체득했으며, 이를 문화와 음식에 통합시켜 발전시켰다.

최근에는 황하 문명의 전통 발효식품이 푸드테크 및 기능성 건강식품 시장에서도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된장, 누룩, 전통 발효주 등은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발효 기술과 결합하여 동서양 융합 건강식품 개발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이는 고대의 지혜가 현대인의 건강을 지키는 도구로 거듭나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